[2024년 05월 10일자 미라클 레터에서 발췌]

월 말부터 이번주까지 혁신의 아이콘, 애플 소식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마치 영화 속이 한 장면처럼 애플이 ‘AI 비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했고, 지난 7일에는 ‘맥북보다 똑똑한’ 아이패드를 출시합니다. ‘괴물 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M4칩’이 탑재됐는데, 이를 두고 ‘애플이 AI 승부수를 띄었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애플이 AI 분야에서 뒤처진 것 아니냐” “존재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이럴 때 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준비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출시가 임박한 듯 합니다.

그래서 애플이 지난 1년간 AI 분야에서 보여준 흔적 10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팀쿡 “나도 Chat GPT 사용…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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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Greg Joswiak's X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생성형 AI의 성능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이 심상치가 않았죠. 메타는 이듬해 2월 ‘라마’를 공개합니다. 구글은 다음 달인 3월, ‘바드’를 공개해요. 오픈AI에서 파생된(?) 앤스로픽의 생성형AI ‘클로드’ 역시 3월에 공개됩니다.

비단 해외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는데요, 이처럼 생성형 AI가 ‘바람’을 일으키자 빅테크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관련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애플은 달랐습니다. 생성형 AI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던 2023년 5월, 팀 쿡은 애플 실적 발표에서 AI에 관한 질문에 “AI에 어떻게 접근할지 신중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정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라고 답합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뭔가 소극적인 느낌도 들었습니다.

팀 쿡은 AI가 가진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AI가 적용된 ‘애플의 미래’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실적 보고 당시, 메타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은 ‘AI’라는 단어를 168번 언급했는데, 애플은 관련 이야기를 불과 몇 분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팀 쿡도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팀 쿡은 지난해 6월 자신도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다만 애플이 소비자에게 AI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애플은 AI와 관련해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애플의 임원들은 갑작스러운 AI 열풍에 당황했다고 합니다. 이미 자사 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개발을 해왔는데 생성형AI가 주목받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거죠.

애플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에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AI와 관련) 이 부분에 대한 큰 우려가 있고, 내부적으로도 꽤 큰 실수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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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Apple Ferret 논문

하지만 애플이 가만히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애플의 AI와 관련된 10가지 소식을 두 카테고리로 묶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애플의 발자취 “우리도 생성한다”

1) 아작스(Ajax) 개발 중(2023년 7월)

팀 쿡이 AI와 관련된 애플의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때, 애플 내부에서 아작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됩니다(기사).

아작스는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인데요, 챗봇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애플 내부에서는 이를 ‘애플 GPT’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아작스는 애플이 머신러닝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는데 회사 내부에서 AI 관련 업무를 하는 여러 팀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작스는 구글에서 애플로 건너간 AI 부문 수석 부사장, 존 지아난드레아와 애플의 최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크레이그 패더리가 이끌고 있습니다. 당시 보도를 찾던 중 제 작은 눈에 자꾸 밟히는 문장이 있었어요. 바로 AI와 관련해 애플이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라는 건데요, 애플은 아작스를 개발하면서 다른 기업은 관련 기술을 어떻게 개발시켜 나가는지 확인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항상 ‘선도자(퍼스트 무버)’ 였던 애플이 ‘추격자(패스트 폴로어)’가 되어 당황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2) iOS의 다음 버전은 ‘AI, AI, 또 AI’

아작스를 개발하면서 애플은 AI를 자사의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기사). 애플은 이 연구에 무료 10억 달러, 우리 돈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해요. 또한 애플의 플랫폼이죠, iOS에도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애플은 생성형 AI를 개발 도구에 통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공하는 ‘깃허브 코파일럿’과 연계되는 서비스입니다.

이밖에 스포티파이가 오픈AI와 협업해 ‘자동 목록 생성’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듯이 애플 뮤직도 관련 서비스를 검토합니다. 늦긴 했지만 애플은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하고 있었습니다.

3) 애플 “우리도 AI 할 거야. 준비해 줄래?” (2023년 12월)

연말로 가면서 애플의 움직임이 분주해집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깃허브를 통해 자사의 칩에서 실행되도록 설계된 ‘AI 프레임워크’와 ‘모델 라이브러리’를 공개합니다(기사).

프레임워크란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모듈을 하나로 묶어 놓은 일종의 패키지’라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자동차를 개발할 때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결합해 커다란 모듈을 만듭니다. 그 위에 여러 부품을 조립하면서 자동차를 만들어 나가는데요, 이때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이 결합된 상태를 프레임워크라고 합니다.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놓으면 쏘나타를 만든 뒤, 이와 비슷한 K5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델 라이브러리는 자주 쓰는 명령어를 저장해놓은 창고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엔진을 만드는데 필요한 피스톤의 종류가 4개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를 모델 라이브러리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꺼내 쓰는거죠.

즉 애플이 AI 프레임워크와 모델라이브러리를 공개한 것은 “우리도 AI 한다”라는 발표와 함께 “우리가 이런 프레임워크, 모델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테니까 관심 있는 분들 이렇게 만들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이와 함께 애플은 ‘페렛’이라 이름지어진 LLM 모델도 공개합니다(논문). 이미지 분석과 답변에 특화된 LLM 이라고 하는데요, 이미지를 보고 질문에 답하는 능력이 GPT-4 ‘일부’를 뛰어넘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기사).

4) 애플, 뉴스 출판사와 AI 거래(2023년 12월)

애플도 생성형 AI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난해 말 보도에서 명확히 드러나는데요, 애플이 생성형 AI 교육을 위해 여러 언론사와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논의했다고 합니다(기사).

팀 쿡은 과거 인터뷰에서 AI와 관련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아마 생성형 AI의 학습 데이터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 앞서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픈AI를 비롯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들은 일단 전방위적으로 학습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했어요. 후발주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합니다(물론 오픈AI도 지금 여러 저작권 소송에 걸려 있지만요).

그래서 결론, 애플은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으며, 저작권과 관련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신중히 접근중입니다.

애플의 발자취 “우리도 서비스한다”

올해 들어서면서 애플의 AI와 관련된 보도는 보다 고객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5) 애플, MGIE 출시(2024년 2월)

대표적으로 MGIE라는 AI 모델을 꼽을 수 있는데요(논문), 자연어 명령을 통해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는 AI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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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Apple 키프레이머 논문

텍스트, 이미지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언어모델인데, 사용자가 “하늘을 파랗게 만들어 줘”라고 말하면, MGIE는 “하늘 영역의 채도를 20% 증가시켜줘”라는 명령어를 만든 뒤, 이에 따라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말’로 포토샵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듯한 기술이라고 해요. 실제 아이폰에 적용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6) 자동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 ‘키프레이머’ (2024년 2월)

애플은 곧바로 이미지를 캡처한 뒤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공개합니다(논문).

이 기술은 챗GPT를 이용, ‘정적인’ 이미지에 애니메이션 기능을 부여하는데 ‘키프레이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GPT-4를 이용, 코드를 재빠르게 만들어 이미지를 동영상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로 텍스트나 이미지 입력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만드는 기존 AI 와는 다른 방식이라고 합니다(기사).

7) 생성형 AI 이용한 ‘엑스코드’ 곧 출시(2024년 2월)

애플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개발자의 코딩을 돕는 엑스코드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기사).

역시 일반인의 시선에서 정리하면, 코딩할 때 필요한 일종의 ‘블록’이 자동으로 작성되게 하는 기능이에요. 문자를 보낼 때 ‘안’이라고 입력하면 자동입력 기능이 작동하면서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하시니’ 등의 단어가 뒤따르는 것처럼 코딩할 때 필요한 것들이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그러면서 애플 내부의 움직임에 대한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올해 iOS 업데이트에 최대한 많은 AI 기능을 넣으라는 지시가 개발부서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해 말, 애플 경영진이 자사가 개발 중인 AI 기능을 이사회 앞에서 시연도 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인 듯 해요. 6월 WWDC에서 애플이 AI와 관련된 발표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습니다.

8)구글과 ‘적극적인’ 협상 진행 중(2024년 3월)

애플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아이폰에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합니다(기사).

애플은 ‘온디바이스’ 기반의 AI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다만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제미나이와 연동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듯합니다. 애플은 ‘애플 GPT’를 개발해 여러 생성형 AI와 비교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능 측면에서 뒤처진게 아닐까요.

9) AI 모델 ‘MM1’ 공개(2024년 3월)

애플 연구진은 이어 ‘MM1 : 다중 모드 LLM 사전 훈련 방법 분석 및 통찰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기반으로(논문), 이미지를 읽고 이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능력에 있어서 GPT-4와 제미나이를 일부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올 뿐 아니라 아이폰과 같은 제품에 적용될 경우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합니다(기사).

10) 스위스의 비밀 연구소(2024년 4월)

6월 WWDC가 가까워졌기 때문일까요. 지난 4월 말에는 애플이 스위스에 AI 비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기사).

애플은 AI 분야의 기술 개발을 위해 구글에서 최소 36명의 전문가를 데려왔으며 가상현실 기업 ‘페이스시프트’, 이미지 인식 기업 ‘파수웰’ 등 스위스의 스타트업 두 곳을 인수했다고 해요. 하지만 검색을 조금 해보면 두 기업은 이미 애플이 2015년, 2019년에 각각 인수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이 가진 기술은 이미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아이폰에 적용되고 있고요.

애플은 마치 ‘애플카 프로젝트’처럼 ‘비밀리에’ AI를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도되는 것. 발표가 인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과연 이번 WWDC 2024에 무엇을 보여줄지?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 애플 WWDC. 이 자리에서 애플의 AI가 공개되는게 확실시 됩니다.

다만 애플이 AI와 관련해 보여준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아쉬운 점이 느껴져요. 기존에 누군가 해 놓은 일을 따라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이폰의 기능은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가요’인 ‘가시리’를 되뇌이면 “네”하고 반응하는 시리(Siri)는 업데이트 될 것이고 아이폰 내의 이미지 편집 기능도 대폭 향상될 겁니다. 간편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번역 기능도 들어갈 테고 애플 뮤직에는 AI가 알아서 생성 목록을 만들어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온디바이스 형태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이 역시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애플’ 이잖아요. 사람들은 애플에게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애플이 보여준 기술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2% 부족한 듯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는 지금까지 보여준, 혹은 드러난 기술이 그렇다는 거예요. 6월 WWDC에서는 ‘역시 애플!’이라는 말과 함께 무릎을 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오픈AI, MS, 메타, 구글 등이 “큰일났다!”라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요. 삼성전자가 부랴부랴 개발팀을 꾸릴 수도 있어요😀.

6월 WWDC. AI 분야에서 추격자가 된 애플이 어떠한 무기를 공개할지, 어떠한 혁신을 보여줄 지, 과연 애플은 6월 WWDC에서 어떤 AI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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