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3일자 미라클 레터에서 발췌]

작년 11월 일본 라인야후의 해킹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압박이 올 들어 거세지더니, 급기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간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속속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의 검색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이 3년 전 합쳐져 탄생한 공룡 IT 기업인데요.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포털) 카카오(메신저) 토스(핀테크) 배민(배달)을 몽땅 합친. 그야말로 슈퍼 IT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중요한 기업을 한국 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지분을 정리하라는 신호를 보냈는데요. 하지만 IT의 해외 진출을 염원한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은 라인야후 사태가 그동안 어떻게 흘러왔는지, 손정의 회장이 진정 원하는 빅픽처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공룡 IT 기업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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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미라클 레터

네이버의 글로벌 도전은 역사가 깁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한 뒤, 불과 2년 뒤 일본에 진출했는데요. 수익성 문제로 실패합니다. 이후 이해진 GIO는 ‘라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신중호 현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불러, 2008년 도쿄로 보내면서 이렇게 주문합니다. “한국에서의 성공한 경험은 잊어달라”

Sence 1. “당신이 포기하면 끝입니다.”

네이버는 수차례 실패를 반복합니다. 첫 서비스는 네이버 검색에 큐레이션(사용자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여 적절한 콘텐츠를 선별하여 보여주는 것)을 접목한 거였는데 실패.
이후 사진 편집, 블로그, 맛집 검색, 이벤트 검색 등을 접목했지만, 금세 인기가 시들었습니다.
신중호 CPO는 이해진 GIO에게 거듭된 실패로 언재즘 철수 할 수 있는지 여러번 하소연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해진 GIO는 신중호 CPO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끝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을까요? 다시 심기일전 합니다.

Sence 2. 지진에서 얻은 힌트!

2011년 3월 11일, 도쿄 네이버 사무실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것인데요. 신중호 CPO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화망이 마비돼 PC용 메신저로 안부를 겨우 물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라인’이라는 새 서비스는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연락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을까.”

라인은 그해 6월에 등장합니다. 높은 기술력,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일본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령합니다. 불과 한 달 만에 100만 명, 이듬해 1000만 명, 그 이듬해 1억 명을 달성합니다.

파죽지세에 긴장한 곳은 소프트뱅크였습니다(소프트뱅크는 1996년 야후와 공동으로 출자해, 야후재팬을 설립한 상태였습니다). 일본에 라인이라는 공룡 모바일 서비스 기업이 태동할 조짐을 보이자, 손 회장은 학창시절 ‘절친’이자 야후재팬 전 사장인 가와베 겐타로(네이버와 공동법인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를 찾습니다. 그리고 반-라인 전선 구축을 지시합니다.

Sence 3. 카카오 🤝 소프트뱅크 연합

섭외할 대상은 카카오였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런 제안을 합니다. “일본에서 라인이 득세하고 있으니, 함께 이겨봅시다.” 소프트뱅크는 카카오와 함께 합작사인 카카오재팬을 설립하고 지분 50%를 확보합니다. (어디선가 곧 볼 장면입니다)
라인에서는 당장 이런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두 진영 간의 전쟁. 결과는 라인의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소프트뱅크는 카카오와 돌연 헤어집니다. 당시 IT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에 투자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Sence 4. 출혈경쟁

이 무렵 일본에서 간편 결제서비스가 태동합니다. 두 공룡인 야후재팬과 라인은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 라인은 라인페이를, 야후재팬은 페이페이를 밀었습니다. 또 일본 배달 시장을 놓고도, 라인은 데마에칸을 인수했고, 소프트뱅크는 우버이츠에 투자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출혈은 심각했습니다. 누가 더 많이 실탄을 쏘느냐 경쟁이었습니다. 1년에 100억 엔씩 마케팅 비용으로 소진했습니다. 라인은 적자 상태였고, 네이버 본사 재무제표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메신저라는 서비스 특성상 고객이 주고받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는 광고 사업으로 연결됩니다.

소프트뱅크도 내상이 컸습니다. 모바일 시대인데, 야후재팬은 아직 PC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릅니다.

손정의 회장은 2019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납니다(기사). 일본 시사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를 타개하고자. 4월부터 라인 인수를 노리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를 도운 것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도와줬기보다 인수를 묵인하지 않았을까요?)

라인은 한국 IT 기업의 몇 안 되는 해외 진출 케이스입니다. 때문에 이런 기업을 인수하려면 아마도 청와대의 묵시적 동의가 필요했을 겁니다. 또 라인 역시 일본에서 보내는 정치적 눈총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IT 기업이 일본에서 잘 나가다보니, “라인은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라는 끝없는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통합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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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미라클 레터

이해진 GIO와 손정의 회장은 2019년 11월 깜짝 발표를 합니다. 바로 메신저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을 통합한다는 큰 그림이었습니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인수 합병 전개도를 보고 있노라면,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마저 듭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그룹과 함께 라인 - 산하 Z홀딩스(야후재팬 모회사)간 경영통합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 양사는 라인 주식과 스톡옵션을 모두 매입해 합작사를 만든다
  • 합작사가 다시 Z홀딩스 주식을 매입한다.
  • 합작사의 의결권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반씩 갖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다.
  • 합작사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연결자회사로 변경한다

통합으로 네이버는 네 가지를 얻었습니다.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연결자회사에서 떼어내 본사에 미칠 손실을 차단하며, 개발권을 확보했으니 네이버 기술을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소프트뱅크 역시 얻은 것이 큽니다. 라인을 손에 쥠으로써 일본 시장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까지 얻었습니다. 또 안방에서 돌아다니는 가장 껄끄러운 경쟁자를 없앴습니다. 손 회장은 이렇게 외칩니다. “한국과 일본이 이제 미국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IT 기업을 갖게 됐다.”

Sence 6. 말도 안 되는 요구

위 그림처럼 합병절차는 너무나 복잡했고, 코로나까지 겹치자, 통합 과정은 한없이 지연됐습니다. 2023년만 놓고 보면, 2월에 라인-야후-Z홀딩스 합병을 마무리 지었고, 7월 들어서야 각 자회사와 중복사업 정리에 돌입했습니다. (라인야후 밑에 종속기업만 119개사, 관계기업만 38개사에 달합니다. 소프트뱅크 전체로는 IT 계열만 약 800개사에 달합니다.)

하필 이 무렵 해킹 사건이 벌어집니다. 11월 네이버 위탁업체가 해킹을 당했는데, 사용자 정보 51만 건이 유출됩니다. 4개월 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를 향해 대책을 내놓으라고 행정지도를 합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클라우드와 보안 운영 센터 계약을 해지합니다. 이어 센터 계약을 일본 국내 기업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총무성은 4월에 다시 “자본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합니다. “대주주인데 네이버가 개발권을 갖고 있으니, 산하 기업인 라인야후가 주주를 관리 감독을 할 수 있겠냐”는 것 입니다. 사실상 지분 매각 요구입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정확히 50%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 1주라도 누가 더 갖는다면, 기업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소타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한 발을 소프트뱅크 쪽으로 살짝 걸친 셈입니다.

Sence 7. 분열된 국론

행정명령 직후 1주일이 안 돼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분 매각이 네이버의 의사가 아닌 일본 정부의 압박에 따라 된다면, 정부가 외교 라인을 통해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업 입장이 더 중요하니, 네이버 뜻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 항의에, 일본 정부가 한 발 물러섭니다.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메시지를 내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중간에 다리를 놓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됐습니다.

소프트뱅크는 기다렸다는 듯 지난주 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고, 지분을 매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음날 네이버가 성명을 냅니다.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분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 다만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

국론은 분열된 상태입니다. 정치권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 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업적인 한일 관계 개선이 퇴색될까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고 비판을 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네이버가 협상하는데 까진 오랜 시일이 걸릴 테니, 목소리를 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단속을 요구했습니다.

혼선이 커지자 정부는 7월1일까지 지분 매각 금지를 네이버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1차 전쟁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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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소프트뱅크 사장의 AI 투자 발표회

소프트뱅크, 이미 1차 목표 달성

합작사인 A홀딩스 주식이 50%대 50%인 상황에서, 이사진 수는 소프트뱅크 3대 네이버 2입니다. 만약 주총에서 충돌이 나면 정족수 미달로 부결이 날테고, 결국 이사진을 장악한 쪽이 경영에 유리합니다. 또 100% 자회사인 라인야후의 이사진에 네이버의 인사는 이제 없습니다.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해킹 사태로 이사진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네이버는 라인야후를 통한 글로벌 진출을 꿈꿨지만 봉쇄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 교체는 일본 총무성의 요구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미야카와 준이치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주부터 전량 인수까지 논의할 수 있다. 100% 인수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리도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가 있다. 그 투자에 걸 맞는지,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할 것이다.” 프리미엄을 주고 비싸게 살 뜻이 전혀 없다는 메시지입니다.

라인야후 가치는 25.5조원

라인야후 가치는 2.9조엔으로 약 25.5조원입니다. A홀딩스가 라인야후 지분 64.4%(나머지는 일반 주주)를 들고 있으니, 네이버가 32%를 들고 있는 것인데요. 지분율로만 놓고 보면 8.5조원입니다. 하지만 경영권 인수에는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보통 20~30% 붙습니다. 즉 10.2조~11.1조원 이상은 돼야 합니다.

소프트뱅크는 2024년 1분기 매출 6조840억엔(53조원), 영업이익 8761억엔(7.7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다른 기업에 투자한 주식(예를 들어 쿠팡) 일부를 팔면 되지만, 굳이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은 소프트뱅크, 글로벌은 네이버

오늘날 라인은 엄청 큰 기업입니다. 일본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작년 12월 기준 9600만 명에 달하고, 글로벌 이용자수는 2억 명이 넘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지역은 야후재팬이 관할하고 나머지 국가는 네이버가 맡는 식으로 기업을 쪼개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야카와 사장은 “(네이버) CEO와 1대1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협상은 하겠지만, 조건이 맞아야 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네이버로서는 일본내 사업 권한은 웃돈 받고 팔고, 글로벌 사업 권한은 갖고 오고, 그럼에도 네이버의 기술은 일본 사업에 지속 공급하는 것이 아마도 최선의 방책일 겁니다.

소송이라는 마지막 카드

반전 카드가 없지는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2003년 한일투자협정을 맺었습니다. 양국은 서로 서로를 내국인 최혜국 대우를 해줘야합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 내에서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S)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 걸면 됩니다. 미국 워싱턴 D.C 등에 중재기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큰 모험입니다.

모든 면에서 소프트뱅크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네이버 역시 장기전을 준비하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소프트뱅크가 기술이 없다보니, 라인 운영을 홀로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손정의의 빅픽처 AI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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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2023 손정의의 AI 전략 발표회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한국 기업에 비해 기술면에서 한 없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라인플러스 주주총회 직후 소프트뱅크의 AI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421억엔(약 3701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I·클라우드 같은 일본이 한국보다 뒤처진 영역 전체를, 이번 기회를 계기로 따라잡겠다는 큰 그림입니다.

1조 파라미터 AI 직접 만들겠다

특히 소프트뱅크그룹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손을 잡았습니다. 미야카와 준이치 사장은 주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요가 정말 많아 이미 400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받았다. 현재 구글이나 오픈AI를 쓰지만, 자체 개발한 생성 AI가 완성되는 대로 제안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는 생성 AI 관련해 대대적인 추가 투자를 하고, 엔비디아가 2024년 3월 발표한 ‘엔비디아 최신 칩인 DGX B200를 사들여 1조 파라미터의 생성 AI를 구축한다는 목표입니다. 파라미터란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데, 크면 클수록 연산 능력이 높습니다. 오픈AI GPT-4가 1조개를 넘으니, 이에 버금가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입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네이버의 AI팀(클로바 CIC)를 분사해, 라인야후처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실패합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를 제치고 이제 성큼 성큼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소프트뱅크는 데이터센터를 현재 17개에서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손정의, 30년을 더 놓칠 수 없다

손정의 회장은 2023년 10월 열린 소프트뱅크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터넷의 초기 성장기를 크게 놓친 일본은 앞으로 30년을 더 놓칠 수 없다.” 그는 어항 속 금붕어 그림을 띄워놓고,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어항 속 금붕어가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사업가이자 투자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협업, 제휴, 독자 개발 등 어떤 길로 가든 생태계를 잡으면 된다고 믿습니다. 특히 라인야후 자회사 통폐합이 한창일 무렵, 소프트뱅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제휴를 맺습니다. 소프트뱅크의 네트워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제품군인 코파일럿을 묶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잡겠다는 뜻입니다.

지난해는 310억달러(42조원)에 인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이 상장하면서 잭팟을 터뜨리며 투자 여유도 생겼습니다. ARM은 시가총액이 1132억달러니, 약 155조원 정도 됩니다. 소프트뱅크 내부에선 수많은 AI 프로젝트가 가동됩니다. 1000억 달러를 조성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프로젝트 이자나기(생명과 창조의 신), AI 기반 서비스·자율주행·로봇 기업을 인수하는 ‘프로젝트R’이 대표적입니다. 손 회장은 AI 칩에만 88조원을 투자합니다.

손정의 회장은 손자병법과 자신의 경영철학을 모아 25자로 인생전략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뜻을 품고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갖는다는 메시지입니다. 이 가운데 전략에 해당하는 일류공수군(一流攻守群)이라는, 5자를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 일(一): 철저히 1등에 집착한다. 2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 류(流): 시류를 늘 파악하고, 이에 맞춰 재빨리 행동한다.
  • 공(攻): 공격법을 단련한다.
  • 수(守): 온갖 리스크에 대비해, 이를 막을 수비력을 키운다
  • 군(群): 집단으로 싸운다

이 같은 치밀한 전략은 고스란히 사업에 투영돼 있습니다. 아마 이렇지 않을까 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카카오와 연합해 라인에 대항하고 라인과 힘을 합쳐 1등이 된다. 또 AI 시대에는 MS나 구글과 손을 잡고 이후 힘을 길러 자력으로 1등이 된다.”

지금으로선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우리도 보다 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계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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