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22일자 미라클레터에서 발췌]

마이크로소프트 “우리가 1등 AI 플랫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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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도심에 위치한 시애틀컨벤션센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BUILD 2024“가 열렸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열린 기조연설에는 약 5000명이 직접 참석했다고 합니다. “사타나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등장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서 하나하나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 특별하고 깜짝놀랄만한 발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보면 지난 05월 13일에 공개된 OpenAI의 GPT-4o 쇼케이스가 “BUILD”의 엑기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샘 올트먼 OpenAI CEO는 빌드 기조연설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기도 했는데, BUILD에 등장한 유일한 외부 파트너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서비스인 “Azure(마이크로소프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가 GPT-4o를 가장 먼저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고, 실제 이를 기반으로한 “Copilot” 데모도 공개했습니다(GPT는 오직 MS Azure를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이번 발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이 가장 지배적인 “AI 플랫폼 기업”임을 선포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빌드 기조연설의 메인 캐치 프레이즈는 이것이었습니다.

“We make the platform (우리는 플랫폼을 만들고)”
“You make it matter (당신은 그걸 중요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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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CEO 샘 올트먼과 MS CTO 케빈 스콧

모든 것을 받아주는 마이크로소프트

지금 Azure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모델이 무었이 있을까요? OpenAI의 GPT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미스트랄(Mistral AI)”, “코히어(cohere)”, 데이터브릭스의 “DBRX” 메타 “라마3”, 스노우플레이크의 “아크틱(ARCTIC)”,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개발한 소형모델인 “파이-3”. 이미 이렇게 많은데 앞으로 여기에 100여개의 추가 모델이 추가된다고 나델라 CEO가 밝혔습니다(웬만하면 모든 AI모델을 받아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GPT를 제외하면 경쟁 클라우드인 AWS나 구글클라우드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모델뿐만이 아닙니다. AI 반도체라고 하는 슈퍼컴퓨터 인프라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 쓰고 싶으면 우리한테 와”라고 하면서도, 클라우드 업체 중 최초로 AMD의 MI300x GPU를 기반으로 하는 AI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AI 반도체 “마이아”와 서버용 CPU인 “코발트”의 업데이트 상황도 공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플랫폼 기업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전세계에 엄청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기 때문이에요. 이미 전세계에 200여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는데요. 미국 “위스콘신주”, “프랑스”, “멕시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도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GPT-4o 가 1년전 GPT-4 에 비해 6배 빨라진데 반해 가격은 12분의 1로 떨어진 것은 모델을 업데이트한 것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팅 인프라가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케빈 스콧” CTO는 이렇게 설명했어요.

2020년 우리가 오픈AI와 만들었던 슈퍼컴퓨터 인프라가 상어 정도의 규모라면, 2022년은 범고래다. 지금은 대왕 고래크기가 됐다

플랫폼기업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것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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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MS CTO 케빈 스콧의 연설

소형언어모델로 OpenAI를 견제?

이렇게 플랫폼 기업들은 중요한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반드시 플랫폼에서 직접 플레이어로 뛴다!
설사 해당 플랫폼에서 아주 지배적인 기업이 있다고 해도 일종의 견제혹은 러닝메이트 역할을 위해 본인들이 직접 경쟁하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삼성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픽셀폰을 판매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라는 PC제품군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이겠죠? AI 모델 연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형언어모델(SLM)로 자신들의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SLM은 매개변수가 작아서 스마트폰이나 PC에서도 잘 돌아가고, 막대한 엔비디아 GPU의 수요도 필요 없습니다.

이날 많은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멀티모달 능력을 갖춘 ‘파이-3 비전’도 공개됐어요. 챗GPT처럼 이미지를 인식할 줄 아는 소형모델.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CTO는 “1년 전 챗GPT 수준의 능력을 가진 파이-3를,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구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파이-3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이-실리카”라는 소형모델이 아래 설명드릴 ‘코파일럿+ PC’ 들에 기본으로 탑재된다고 하는데, 이는 인터넷 연결이 없어도 온디바이스AI를 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이번달 초 보도가 나왔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고 있다는 매개변수 5000억개 정도의 중간급 언어모델인 “마이(MAI)”는 공개되지 않았어요. 이 모델은 GPT의 경쟁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BUILD 직전에 공개된 사티아 나델라 CEO의 블룸버그 인터뷰 영상

AI라는 단어를 코파일럿으로 대체한다

여러 발표 중에서 가장 무게가 실려있었던 것을 또 하나를 꼽자면, “Copilot”이었습니다. Copilot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AI에 사용되는 브랜드로, 구글의 Gemini, OpenAI의 GPT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Copilot은 Gemini나 GPT와는 다르게 ‘AI모델’이 아닙니다. Copilot에는 OpenAI의 GPT가 사용되지만 사실 꼭 Chat GPT를 사용해야하는건 아니죠. 많은 자원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GPT가 아니라 파이-3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빌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Copilot을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사용할 수도 있게하고(단톡방의 챗봇처럼), Copilot이 실제로 에이전트처럼 어떤 업무를 실행할 수 있게도 만들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면서도 가장 많은 소비자 접점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Copilot에 점점 더 힘을 실을 것 같아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Copilot + PC를 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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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MS CEO 사티아 나델리의 "Copilot + PC" 연설

BUILD가 열리기 하루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기자들을 초대해 ‘Copilot + PC’라는 새로운 PC 군을 공개했습니다. 생성형AI를 PC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PC라고 합니다.

‘Copilot + PC’가 등장한 배경에는 애플 맥의 도전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는 우리가 사용하는 PC의 운영시스템(OS)이죠. 이는 전체 PC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애플의 맥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애플이 2020년 자체 CPU인 M 시리즈가 탑재된 맥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의 맥이 우수한 반도체의 성능을 앞세워 윈도우 기반 PC들의 성능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맥의 미국 개인용 컴퓨터 시장 점유율은 “16.1%”까지 올라왔습니다. 윈도우 PC는 기업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기때문에 순수한 개인 고객의 경우는 맥의 사용 비중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개방적 생태계인 윈도우 PC 진영은 애플처럼 효율적인 수직적 통합이 어려웠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Copilot + PC’를 내세워 애플의 맥과 차별화에 나선 것 같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윈도우는 맥과 제대로된 진짜 경쟁을 원한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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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AI로 차별화에 나선 것은 애플이 생성형AI에 대한 대응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에 투자하고, OpenAI GPT 기반의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와 OpenAI를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쟁 덕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생태계에는 지금 놀랄만큼 많은 생성형AI 기반의 서비스와 실사용 케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맥 생태계는 아직입니다. 물론 다음달(6월 예정) 애플의 WWDC에서 공개되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라는 PC플랫폼의 형님(?)으로 애플의 공격에 풀이 죽은 PC업체들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용 PC 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정체되고 혁신이 없는 시장으로 변해갔거든요.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는 퀄컴을 끌어들여 AI학습에 필요한 NPU를 강화한 반도체를 공개했습니다. 초당 40조 회의 연산을 처리하는 반도체, 바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입니다. 그동안 윈도우 PC에서는 인텔 CPU가 메인이고, AMD의 CPU가 서브였죠. 모두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였습니다. 하지만 퀄컴의 반도체는 Arm 아키텍처라서 기존의 윈도우 프로그램들과 호환성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퀄컴의 반도체를 ‘Copilot + PC’들에 탑재시키고 인텔과 AMD도 따라올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20일 행사에는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삼성의 코파일럿+ PC가 동시에 공개됐고, 이 제품들은 전세계에서 6월 18일에 동시에 판매가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공개된 영상에는 인텔, AMD, 퀄컴의 CEO와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삼성전자의 PC담당 임원들이 등장해 하나같이 외쳤습니다.

We’re All In!(우리는 코파일럿+ PC에 올인입니다)

거대한 흐름의 중간 점검

생성형AI 라는 거대한 흐름은 사실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움직이니 구글이 움직였고, 메타가 뒤쫓아갔죠. 뒤쳐진 AWS와 애플은 뒤늦게 쫓아가고있고, 엔비디아는 이들이 움직이면서 엄청난 성장의 수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움직이니 인텔과 SK하이닉스가 움직였고, 삼성전자도 따라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거대한 기술적 흐름은 AI를 향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돈의 흐름도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지 못한 기업들은 CEO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하고요.

이번 BUILD는 거대한 흐름의 중간 점검 포인트가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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