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베팅, OpenAI와 손잡은 이유
[2025.09.24 자 미라클레터 ‘엔비디아의 베팅, OpenAI와 손잡은 이유’ 발췌]
지난 22일 OpenAI가 엔비디아와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해당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엔비디아 1000억 달러 투자, 민간 기업 최대 규모

이미지 출처: 엔비디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고 큰 틀만 공개됐는데요. 오픈AI와 엔비디아가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양사는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소 10기가와트(GW) 규모의 엔비디아 시스템을 배치하는 파트너십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의향서란 정식 계약 전 단계에서 체결하는 문서인데요. 양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협력할지,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성격이 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제한적입니다.
10GW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는 대략 400~500만장이라고 해요. 이는 지난해 엔비디아가 출하한 GPU 양의 두배, 올해 출하량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엔비디아 시스템은 GPU로 이루어진 ‘GPU서버’와 수십만 개 GPU를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인프라, 그리고 ‘쿠다’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됩니다.
즉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데이터센터 ‘패키지(이 표현은 제가 그냥 만들어낸 용어입니다)’를 통째로 들여와서 오픈AI가 모델 훈련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풀세트로 깔고,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최대 1000억 달러, 우리 돈 139조원을 투자한다는 거죠. 이 첫 단계로 먼저 엔비디아가 100억 달러를 투자해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이후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때 마다 그에 상응하는 자금을 차례로 집행해, 총액이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계획입니다.
엔비디아는 거래가 최종 확정되면 의결권 없는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하고, 이후 오픈AI는 그 현금을 사용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GPU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로서 오픈AI의 성장 과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라 경영 간섭은 못 하고, 대신 친 판매 수익을 사실상 보장받는 효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얻는 것

이미지 출처: OpenAI
엔비디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칩 공급자에서 AI 인프라 전 과정의 주도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여 년 동안 GPU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하며 ‘칩 제국’을 구축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요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이 자체 칩을 개발 중이고, 구글은 TPU를 외부에 본격 판매하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를 전략 고객으로 묶어둔 엔비디아는 GPU가 여전히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남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동시에 대규모 공급망을 운영해 안정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0GW급 데이터센터는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매출 기회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최근 엔비디아는 경쟁자였던 인텔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두 회사는 GPU와 CPU를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인텔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GPU를 넘어 CPU,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전환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성능 좋은 최신 칩 500만장, 내가 먼저
오픈AI가 얻는 가장 큰 이익은 GPU 안정적 수급을 꼽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훈련 수요가 폭증하면서 엔비디아 GPU는 주문에서 납품까지 최소 6개월 이상 대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수년간 막대한 GPU를 먼저 공급받을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AI 학습량이 곧 모델 성능으로 직결되는 ‘스케일 법칙(scaling law)’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는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는 결정적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강조한 “모든 것은 컴퓨팅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이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엔비디아가 현금을 투자하면 오픈AI가 그 자금으로 다시 GPU를 구매하는 구조인 만큼 이를 통해 오픈AI는 초기 자본 소모를 줄이면서 필요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전략 파트너 다변화예요. 지금까지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크게 의존해왔습니다. MS는 약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지원해왔고요.
그러나 이번에 엔비디아를 새로운 전략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오픈AI는 MS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 구도를 다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 오픈AI가 독자적 힘을 키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두 회사의 계약이 우려되는 부분

이미지 출처: 엔비디아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전략적 협약은 AI 인프라 경쟁의 무게추를 크게 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찬란한 기대 뒤에는 적지 않은 위험 요인도 보입니다.
우선 오픈AI가 맞닥뜨릴 가장 큰 리스크는 엔비디아 종속성입니다. MS를 피했더니 엔비디아가 나오더라, 이런 느낌입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오픈AI는 수년간 막대한 GPU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권리를 확보했지만, 이는 동시에 특정 공급자 의존도를 크게 높이는 일과 같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은 구글 TPU, AMD, 인텔 등 다양한 생태계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픈AI가 엔비디아에 장기적으로 묶이는 구조가 되면 이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종속이 또 다른 문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망 차질 리스크도 문제로 보입니다. 엔비디아의 칩은 대만 TSMC 등 특정 파운드리와 협력해 생산되고 있는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매우 취약합니다. 만약 생산 차질이나 국제 분쟁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그 충격은 고스란히 오픈AI로 전이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 계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 바로 이번 계약 구조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현금을 투자하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와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고 AI 인프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같은 자금이 돌고 도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엔비디아는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가 되고, 오픈AI는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구매자가 되는 셈입니다.
양사의 발표만 보면 수십조 원대의 투자와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현금 흐름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것이 AI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AI 칩 수요가 무한정 확대된다”라는 착시가 투자 열풍을 부추겨 AI 버블 우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두 기업의 행보를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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