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축구도 잘할까? - 딥마인드 연구 소개
[미라클레터, “AI가 축구에 적응할 수 있을까?” 뉴스레터에서 발췌]
3월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한국과 태국전이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기량 측면에서는 당연히 한국이 앞섰고, ‘홈’이라는 이점을 살린 경기였음에도 결국 비기고 말았습니다. 다음 2차전은 태국의 홈에서 26일 열립니다. 과연 한국은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갑자기 이렇게 축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제 ‘축구를 잘하는 법’을 인공지능(AI)가 알려준다고 합니다. 24년 3월 19일에 공개된 연구 결과인데, 바로 ‘알파고’를 개발하고 ‘알파폴드’를 만든 구글 AI 딥마인드의 연구입니다.
AI를 축구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딥마인드
딥마인드는 무려 3년 전, 영국의 명문 구단 “리버풀 FC”와 손을 잡습니다. 클래스가 다릅니다. 딥마인드와 리버풀의 만남이라뇨! 축구를 좋아하는 데 AI도 관심이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눈의 휘둥그레질 이야기입니다. 2021년 딥마인드와 리버풀은 연구를 시작했고 첫 번째 논문 ‘게임 플랜’을 발표합니다(논문).
게임플랜은 축구 전술에 왜 AI가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본 ‘워밍업’과 같은 논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축구는 AI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소우주’이며 자동화된 비디오 어시스턴트는 분명 전술적으로 도움을 준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히딩크, 벤투와 함께 클린스만을 경험했기 때문일 텐데요, 이처럼 축구는 감독의 전술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기입니다. 그리고 감독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팀을 이끌려면 ‘경력’도 중요합니다. 만약 ‘메시’가 은퇴하고 한국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온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를 본 선수들은 그를 정말 ‘신’ 대하듯 할 겁니다(물론 팀을 잘 이끌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AI를 패널티킥에 적용했더니… “뭔가 보인다?!”
이제 축구에서도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딥마인드는 이를 통해 “축구가 게임 이론과 비슷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게임이론이란 상대의 행동을 고려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입니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상대편, 또는 같은 편 선수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매번 놓이게 되니까요.
또한 상대방의 전술을 유심히 관찰하고 ‘허점’을 찾아낸 뒤, 이를 역이용합니다. 즉 ‘통계’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특징도 우리는 압니다. 가령 차두리가 공을 잡았다면 ‘치고 달리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요. 이는 ‘시나리오’로 만들 수 있음을 뜻합니다. 딥마인드는 이를 ‘컴퓨터 비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축구를 AI에 적용할 이론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게임이론과 관련이 있고 통계가 적용되며, 비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딥마인드는 이를 기반으로 패널티킥 상황을 모델링 했습니다. 딥마인드는 유사한 경기 스타일을 가진 ‘선수’를 그룹화하고, 그 뒤 그룹 수준에서 게임이론으로 이를 분석합니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그룹의 슈팅 전략이 통계적으로 구별됨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그룹은 골대 왼쪽 모서리를 선호했고, 또 다른 그룹은 왼쪽과 오른쪽을 선택하는 비중이 1대1에 가까웠다고 해요. 이를 골키퍼가 사전에 파악하고 경기에 임한다면 골을 막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질 겁니다.

이미지 출처: 딥마인드
리버풀이 잘나가는 이유, 혹시…
2022년, 딥마인드는 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바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그래프 임포터’라는 기술입니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완벽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공을 갖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딥마인드는 이 AI 개발을 위해 프리미어리그 105경기를 AI에게 학습시켰다고 합니다(논문).
그리고 선수가 TV 화면에 있을 때, 그리고 없을 때, 다시 나타났을 때 등을 분석해 선수가 화면에서 사라졌을 때의 궤적을 그려 나갑니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해 정확도를 높여 나갔다고 합니다. 딥마인드는 과거 두 번의 논문과 함께, 이번에 ‘택틱AI’를 선보입니다. 택틱AI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구축되었다고 하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 주어진 코너킥 전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 누가 공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누가 슛을 할 수 있을까?
- 전술이 시행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과거에도 유사한 전술이 잘 작동했을까?
- 특정한 결과가 나오도록 하려면 전술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가령 공격수가 슛을 시도하는 확률을 줄이려면 수비수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코너킥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만,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리버풀과 함께했으니까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과정은 이렇습니다. 선수의 위치, 공의 방향, 상대 팀의 수비 전략 등을 고려해 코너킥의 전술을 짜고 결과를 예측하는 AI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이전 경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프리미어 리그 시즌의 7176개 코너킥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여 TacticAI를 훈련하고 테스트했습니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택틱AI는 유사한 상황에서 어떤 전술이 효과적이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전술을 제안해줄 수 있다고 다음과 같이 자신 있게 이야기 합니다. “택틱AI는 리버풀과 같은 축구 클럽에서 코치가 경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너킥 상황에서 어떤 선수를 배치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공을 차야 하는지 제안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경기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딥마인드 홈페이지)
문득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리버풀이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딥마인드가 축구와 관련된 AI 논문을 세 차례 발표했는데 모두 리버풀 데이터 분석관들이 공동 연구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축구 전술 AI를 만들었고, 리버풀 데이터 분석관들은 이와 함께 했죠. 리버풀이 딥마인드의 AI를 전술에 활용했을 가능성. 상당히 높지 않을까요?
AI는 이미 스포츠 산업 곳곳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AI로 구동되는 “NBA글로벌 스카우트”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앱은 켠 상태에서 훈련을 하고, 자세를 교정받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앱을 기반으로 전 세계 많은 아마추어 선수가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NBA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계 기계체조선수권 대회에서는 레이저 센서, 컴퓨터 비전 기술 등을 이용해 선수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딥러닝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솔루션은 3D 모델을 기반으로 선수의 성과를 시각화하고 채점 데이터를 추출, 심판의 의사 결정을 향상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해졌고,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부터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AI 심판’을 도입했습니다.
‘오심도 게임의 일부’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심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면 선수들의 피와 땀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략, 전술에 AI를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현존하는 AI는 모두 인간이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적으로 높은 답을 내놓습니다. 즉 AI가 내놓은 전술, 전략도 인간의 데이터에서 찾아낸 결과인 만큼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 준 전술에만 의존하는 감독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감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만약 밤 마다 몰래 AI가 가르쳐 준 전술을 학습한 뒤, 이를 기반으로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걸러낼 수 있을까요?
AI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인류가 생각하고 합의하고, 내놓아야 할 답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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